
《고구려의 혼 고선지》, 김영현 글, 허태준 그림, 박동출 사진, 웅진주니어/웅진씽크빅, 2004.
《고구려의 혼 고선지》는 고구려계 당나라 장수였던 고선지를 다룬 책이다. 그러나 이 책은 전기물보다는 기행문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.1)
이야기의 흐름은 글쓴이가 시안에서 시작하여 실크로드를 따라 카슈가르까지 향하면서 고선지와 관련된 도시와 유적들을 방문하며 이어진다.2) 중국에서 서역3)이라 일컫던 지역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사진은 이 책의 장점이다. 이것은 이 책의 주요 독자인 어린들에게도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.
그러나 여행지 소개 중간 중간 고선지의 이야기를 회상식으로 풀어내는 방식은 집중도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한다. 무엇보다도 글쓴이가 고선지를 지나치게 고구려인으로만 여기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.4)
이 책은 제36회 한국 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. 그런데 이러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책 내용에는 쉽게 넘기기 어려운 오기가 군데군데 있다. 그래서 이를 따로 정리해 둔다.
《고구려의 혼 고선지》의 오기
- 48쪽 8째줄
(전략) 중국의 내륙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천 년의 고도 시안(西岸)으로 날아갔습니다.
→ 시안의 한자는 西安으로 중국 역사에서 등장하는 장안(長安)을 말한다.
- 49쪽 7째줄
그러나 당 태종은 안시성 성주였던 고구려의 장수 양만춘에게 참패를 당하고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.
→ 안시성주의 이름은 역사책에 등장하지 않는다. 안시성주의 이름이 양만춘이라는 것은 신뢰하기 어려운 내용이기 때문에 이렇게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.
- 49쪽 15째줄
고구려가 망한 뒤부터 우리는 영영 만주를 되찾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.
→ 한민족의 과거 활동 영역 가운데 만주 지역이 떨어져 나간 것은 발해의 멸망 이후이다.
- 90쪽 15째줄
예를 들어, 병자호란 때 몽골족이 우리나라 세자와 대신들을 자기네 나라로 끌고 가 인질로 삼았던 것과 같은 것이지요.
→ 병자호란 때 조선을 쳐들어 온 나라는 청나라이고, 이는 만주족(여진족)이 세운 나라이다.
- 167쪽 2째줄
"광대토 대왕 때는 얼마나 힘이 강했던지 중국 북쪽을 휩쓸었을 정도였어. 다들 '호패왕' 광개토 대왕의 이름만 들어도 벌벌 기었었지."
→ 본문에서 광개토 대왕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든 '호패왕'은 '호태왕(好太王)'의 오기이다.
- 178쪽 5째줄
우리나라 신라의 혜초 스님도 이 산5)을 넘어 인도로 간, 바로 그 길이었습니다.
→ 혜초가 육로나 해로 중 어떤 길을 따라 인도로 향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한다. 현재 남아 있는 기록에 따른 혜초의 여행 경로는 인도 동해안에서 파미르 고원을 넘어 중국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하니, 위의 문장도 '혜초 스님도 이 산을 넘어 중국으로 돌아온'으로 고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.
1) 작가인 김영현 선생은 한 잡지사로부터 고선지의 유적을 찾아 글을 써 주면 좋겠다는 부탁을 받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.
2) 책의 앞부분에는 글쓴이의 자전적인 내용이 실려 있는데 지나치게 길다고 생각한다.
3) 서역(西域). 중국의 서쪽에 있던 여러 나라를 통틀어 이르는 말. 넓게는 중앙아시아 · 서부 아시아 · 인도를 포함하지만, 좁게는 지금의 신장웨이우얼 자치구(新疆維吾爾自治區) 톈산 남로(天山南路)에 해당하는 타림 분지를 가리키는데, 한(漢)나라 때에는 36국이 있었으며, 동서 무역의 중요한 교통로로 문화 교류에 공헌이 컸다. <네이버 사전 인용>
4) 첫 문장에도 썼지만 나는 고선지를 고구려인이 아니라 고구려계 당나라인으로 본다.
5) 글쓴이가 말하고 있는 이 산은 파미르 고원을 말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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